바람꽃 피는날에
바람꽃 피는날에
2012 02 19
바람 차겁게 불던 어느날 황무지 얼음땅에 꽃이 피어 났습니다
가여린 몸짓 부르르 떨며 고개 숙인채 홀로 피어난 작은꽃
차마 눈뜨고 바라볼 수 없을 정도로 애달픈 몸부림은 가슴을 울컥하게 합니다
아직은 무서운 겨울이 저 산에 있건만
당장이라도 내려와 짓밝을것 같은 두려움이 앞서는데
멀리서 온 내게 봄소식을 전해주려고 힘겨운 몸짓으로 반겨줍니다
그 어떤 설렘이 이처럼 가슴 떨리게할까요
긴겨울은 이제 안녕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 내변산 청림마을 바람꽃 >
혹시나 봄이 와있을까 싶어 산악회 따라 내변산으로 향했습니다
내변산 가는길로 어젯밤 내린눈이 쨍한 햇살에 녹아 내리고
남여치에서 월명암을 가기위해 차에서 내려 산행을 시작합니다
따사로운 봄 햇살이 힘겨운 산오름에 행복감을 던져주네요
월명암은 쉬임없이 가파른 경사를 한시간정도를 올라야 합니다
남여치에서 월명암까지 2.2km를 올라야 하거든요 잠시 쉼을 갖습니다
변산의 법왕봉과 낙조대 바로 아래에 위치한 월명암
월명암은 통일신라 시절인 692년 부설거사에 의해 창건되었습니다
규모는 작지만 대웅전 관음전 요사채 선방등 7채의 건물이 들어서 있는 작은 암자이죠
하늘이 시리도록 파란 화창한 날이었습니다
처마끝에 매달린 고드름이 산사의 풍경과 넘 잘 어울렸습니다
저 멀리 왼쪽 높은 봉우리가 의상봉입니다
변산 바람꽃 / 이승철 시(詩)
급하기도 하셔라
누가 그리 재촉했나요,
반겨줄 이도 없고
차가운 눈, 비, 바람 저리 거세거늘
행여,
그 고운 자태 상하시면 어쩌시려고요.
살가운 봄바람은 아직,
저만큼 비켜서서 눈치만 보고 있는데
어쩌자고 이리 불쑥 오셨는지요,
언 땅 녹여 오시느라
손 시리지 않으셨나요,
잔설 밟고 오시느라
발 시리지 않으셨나요,
남들은 아직
봄 꿈꾸고 있는 시절
이렇게 서둘러 오셨으니
누가 이름이나 기억하고 불러줄까요,
첫 계절을 열어 고운 모습으로 오신
변산 바람꽃
지난 겨울 찾아갔던 청림마을 바람꽃이 생각나 혹시나 하고 나선길에 들렸었는데 운좋게 딱 두송이 피어있는 바람꽃을 보았습니다
어찌나 반갑던지...올 봄 꽃 만남은 첨이었으니까요
나중에 알고보니 산죽님께서도 다녀가셨다던데 조금 일찍 갔더라면 산죽님도 만날뻔햇네요 ㅎㅎ
산과 사람을 사랑하는
잉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