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 잔인함이 꽃피운 영취산 진달래
사월 잔인함이 꽃피운 영취산 진달래
(2013. 04. 07 여수)
진눈깨비 휘날리고 비바람 몰아치는 길을 따라 머언 여수 영취산에 도착했습니다
험악한 날씨 때문인지 들머리엔 우리 일행과 산객 서너명만 보일뿐 생각보단 조용했습니다
산돼지표 커피를 마시고 예비군훈련장 입구로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처음부터 급비탈 산길과 살짝 뿌린 빗물이 미끄러워 힘겨운 오름을 합니다
겨우겨우 억새능선에 도착하니 빛도 색도 없는 초췌한 여명이 밝아오고 있었습니다
능선길을 따라 흘린 땀방울을 식히며 걷는데 도무지 붉은 진달래가 보이질 않습니다
아직 날이 새지 않아서일까..
날씨도 그렇고 진달래도 보이질 않으니 일행들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한마디씩 푸념을 내놓습니다
일년에 딱 한번 먼길을 달려 오는데 아 이를 어쩌나..
삼거리봉 포인트에 서니 바람은 더욱 거세지고 이따금씩 진눈깨비도 날리기 시작합니다
어찌나 추운지 손이 시려서 카메라 잡기가 겁이 납니다
예상했던 대로 진달래 꽃잎은 떨어져 초라하고 하늘을 가린 먹구름에 일출은 물건너 갔고
그렇게 침묵의 시간이 정처없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앗! 빛이 터졌다
누군가의 고함 소리에 조용했던 산정이 갑자기 분주해지며 셔텨 소리로 소란해졌습니다
쟂빛 산정은 순식간에 붉은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가슴이 콩당거리기 시작합니다
남해도에 터진 빛이 땅으로 쏟아져 내리는 장관의 빛내림이 시작 되었습니다
새 생명을 잉태하기 위해선 산고의 진통이 필요하듯
사월의 잔인함은 새봄을 탄생시키기 위한 바로 그 산고가 아닐런지요
오랜만에 일출 산정에 서서 정겨운 이들과 함께한 사월의 영취산
잉꼬에겐 더 없는 감동이요 아름다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산을 사랑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잉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