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바다에서 꿈을 꾸었다
2014 08 16 -지리산 만복대-
기적이란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갑작스럽게 이루어지는 것을 두고 하는 말이겠죠
구름에 덮힌 캄캄한 밤하늘을 바라보며 걸으면서도
만복대 돌탑을 서성이며 보이지 않는 조망을 원망하면서도
그냥 내려가자던 일행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도
설마 내가 그토록 갈망하던 만복대 운해경을 보리라곤 전혀 생각치 못했습니다
올 삼월초 만났던 산돼지님을 오랫만에 만나니 넘 반가웠습니다
그동안 몸이아파서 고생꽤나 했는데
건강한 모습으로 함께 산에 오르니 기쁨이 두배가 되네요
산돼지님도 삼월첫날 팔영산 산행후 이번이 처음 산에 오르는거라며 약간 들뜬 마음인것 같았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만복대길 도라도란 애기를 나누며 걸으니 금세 정상에 도착합니다
아무도 없는 돌탑에 배낭을 뉘이고 구름잔뜩낀 밤하늘을 멍하니 바라봅니다
할 일 없어 김밥도 먹고 잠시 졸기도 하구..
여명이 트이는지 조금씩 밝아지는 사위
서너명의 출사객이 연이어 도착하고
성삼재에서 출발한 대간꾼도 숨을 헐떡이며 만복대 돌탐을 어루만지는데
빚장을 굳게 걸어잠근 구름이 조금씩 찢어지는가 싶더니
앗!! 산동벌판이 활짝 열립니다
바다와 같이 광활한 운해경이 펼쳐집니다
작은 고리봉을 넘어 산동골로 떨어지는 운해폭포수
운봉고원에서 남원벌판으로 쏟아지는 구름폭포
난 말했습니다 이것이 정녕 꿈은 아니겠지 음 아닐거야~
아기 눈동자처럼 맑고 푸른 하늘
그위에 그린 새하얀 구름들의 낙서..
벌써 억새잎에 물든 초가을 내음
산오이풀 운무에 익어가는 지라산 만복대에서 난 꿈을 꾸었고
지금도 그 꿈에서 깨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갈망하고 있습니다
사람을 좋아하고 산을 사랑하는
잉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