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 봄비
2015 04 04 [순천 선암사]
선암사 주차장에 당도할즈음 한두방울 나붓끼던 빗방울이
승선교를 지나자 마침내 참았던 울분을 토해내듯 억세게 퍼붓는다
봄비치곤 꽤 사나운 빗줄기를 쏟아내는데 오랜만에 들어보는 빗소리가 넘 좋다
비오기전 출발한 사람들인 모양이다
생쥐꼴이 된채로 뛰어 내려오는데 감기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
워낙 거센 빗줄기탓에 우산을 쓰나마나 매한가지..
이미 다 젖은채로 일주문을 지나 대웅전 앞 마당에 섰지만 보여야할게 보이지 않는다
뜨악....!!
선암매는 어디갔지
다급히 대웅전을 지나 원통전 계단을 올라 뒷편으로 돌아가보지만
까맣게 타버린 고령의 노목만이 꽃도 잎도 다 버린채 처량하게 서 있다
우중선암매는 내게 무슨 감동으로 다가올까 내심 기대가 컸는데..
화홍을 잃고 빗물에 젖은마음 상심가득 나도따라 처량한 선암매가 된다
으르렁 대는 천둥소리가 조계산 기슭에 메아리치고
인적끊긴 산사엔 노승의 불경소리만이 안개뿌연 허공을 가른다
끊임없이 쏟아내는 봄비
화홍은 바람에 떨여져 빗물이 씻기고
봄은 이렇게 또 아니온듯 저멀리 달아나며 세월을 묵혀가는 것일까
사람을 좋아하고 산을 사랑하는
잉꼬